‘퇴원 의사’ 표했는데 다음날 ‘보호의무자 입원’으로 전환, 퇴원길 영영 막혀
무의미한 동의입원 절차 개선, ‘강제입원’ 근본 문제 살펴야

현실에서는 강제입원의 우회로가 되고 있으나 통계상으로는 ‘자의입원’으로 둔갑한 동의입원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아래 연구소) 등은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동의입원 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의 인권 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과거 정신보건법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2017년 5월 30일, 정신보건법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로 전면 개정되어 시행됐다. 개정법에서는 보호의무자 입원 시에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동의입원 제도(제42조)가 신설됐다. 당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강제입원 조항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며 동의입원 신설에 강력한 반대를 표한 바 있다. 개정법 시행 3년 반 만에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우려는 끔찍한 현실로 확인됐다.

2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동의입원 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의 인권 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김강원 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이 최근 연구소에 접수된 동의입원 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2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동의입원 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의 인권 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김강원 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이 최근 연구소에 접수된 동의입원 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 ‘퇴원 의사’ 표했더니 다음날 ‘보호의무자 입원’으로 전환… 퇴원길 영영 막혀

ㄱ 씨(가명, 46세)는 지적장애인이나 현재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되어 있다. 그는 과거 10년간 장애인거주시설에 수용되었다가 집에 돌아왔으나 그가 집에 있기를 거부한 친부와 둘째 동생에 의해 2018년 8월, 경남 통영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되었다. 김 씨의 첫째 동생은 연구소에 연락해 ‘자신의 오빠가 나오고 싶어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김강원 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은 지난 7월, ㄱ 씨의 첫째 동생과 정신병원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김 국장은 ㄱ 씨의 퇴원 의사를 명확히 확인한 후, 병원 측에 퇴원 의사를 전했다. 김 국장은 “ㄱ 씨는 ‘내가 왜 여기 갇혀 있어야 하냐’ 호소했다. 지적장애가 있어 조리있게 말하지는 못했으나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원으로부터 ‘ㄱ 씨의 입원 형태는 동의입원이기에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퇴원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단 결과, 환자의 치료와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병원장은 72시간까지 퇴원을 거부할 수 있으며, 이 기간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과 같은 비자의입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ㄱ 씨의 친부가 ‘보호의무자 입원’으로 입원 형태를 전환한 것이다. 이제 영영 ‘보호의무자의 허락 없이는’ ㄱ 씨는 퇴원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보호의무자 입원을 위해선 몇 가지 충족해야 할 요소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타해 위험과 치료 필요성 입증이다. 김 국장은 해당 병원이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켰는지 굉장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ㄱ 씨가 거주했다는 장애인거주시설에도 연락해 물어봤지만 (비자의입원 요건인) 자·타해 위험이나 정신과 치료 전력(치료 필요성)이 ㄱ 씨에겐 없었다”면서 “발달장애인의 정신병원 입원과 정신과 약물 오·남용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적 조항인 동의입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국장은 “법 개정으로 보호의무자 입원 요건이 강화되어 강제입원이 어렵게 되자, 강제입원을 우회할 수단으로 동의입원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ㄱ 씨의 사례처럼 동의입원은 강제입원의 우회로가 되고 있음에도 통계상으로는 자의입원 비율을 늘리는 꼼수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시점(2017년 5월 30일) 전후의 자의입원과 강제입원의 비율을 살펴보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개정법 시행 전인 2016년 12월 31일 기준, 입원환자는 6만 9162명으로 이 중 자의입원은 38.4%(2만 6545명), 보호의무자 입원은 61.5%(4만 2523명)이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 1년 후에 이 숫자는 뒤바뀐다. 2018년 4월 23일, 입원환자 6만 6523명에서 보호의무자 입원은 33.3%(2만 2169명)로 절반가량 줄은 반면, 자의입원은 62.9%(4만 1794명)로 그만큼 증가했다. 그러나 이 숫자를 표면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자의입원에는 동의입원도 포함된다. 62.9%라는 숫자에서 ‘순수한’ 자의입원은 45.4%(3만 171명)에 불과하며 동의입원은 17.5%(1만 1623명)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강제입원의 한 요소인 행정입원도 0.1%(94명)에서 3.8%(2560명)로 유의미하게 폭증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 강혜민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 강혜민

- 동의입원, 헌법 불합치 요소 포함… ‘이미 제도적 결함 있다’

이날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동의입원이 이미 제도적으로도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염 변호사는 “법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는 동의입원 계약의 주체이나, 현재는 ‘동의의 객체’가 되고 있다”면서 “해당 계약이 유효한 계약이 되기 위해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동의입원 계약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당사자를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면 안 되며, 정신장애인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정당한 편의제공’이란 정신적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계약 체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사결정 조력인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다.

염 변호사는 퇴원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동의입원은 본인이 원해서 입원하는 형식인데 보호의무자의 퇴원 동의 여부에 따라 퇴원이 결정된다. 이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다른 개인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면서, 보호의무자 입원에 관한 헌법 불합치 결정(2016년 9월)에서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불합치된다고 판단한 요소를 여전히 충족하지 않은 위헌적 조항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강제입원은 신체의 자유에 대한 인신 구속이기에 사적 주체들이 판단해선 안 되며 절차적 보완이 되지 않으면 헌법에 불합치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동의입원을 비롯한 현재의 개정법은 당시 헌재의 결정을 여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염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의 입·퇴원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절차보조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헌재 결정에 따라)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입원 여부를 ‘사적 주체’가 아닌 법원에 위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나아가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제기되어야 한다”면서 정신장애인도 지역사회에 살 수 있는 탈원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동의입원 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의 인권 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강혜민
2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동의입원 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의 인권 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강혜민

- 정신장애인 강제입원 권하는 제도,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동의입원 제도의 단순한 개편을 넘어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에 수용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제도의 부재를 넘어 오히려 현 제도가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을 권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용표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양의무자인 가족이 ‘돌봄의 대안’으로 정신병원을 택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기초생활수급자가 병원 입원 시에 수급비의 일부 혹은 전액이 정신병원, 정신요양시설로 지급된다”면서 이러한 제도가 정신장애인의 정신병원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분담 구조는 이를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 이 교수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입원 의료급여는 중앙정부에서 80%를 분담하며 1종 의료급여의 경우 가족 부담이 없다. 정신요양시설의 경우, 운영비 70%를 정부가 부담한다”면서 “반면, 지역사회서비스 기관인 정신재활시설 운영비는 지자체가 전액 부담한다”고 밝혔다. 즉,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이 살 경우, 그에 대한 비용 전액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니 지자체는 정신장애인의 탈원화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지자체와 가족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꼬집었다.

현재 지역사회에서의 정신장애인의 사례 관리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도맡아 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센터는 정신의료기관이나 그 운영 법인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운영 구조와 ‘변질된 사례관리’ 내용이 입원을 더욱 부추긴다고도 비판했다.

이 교수는 “원래 센터의 사례관리 목적은 주거, 취업, 사회활동 촉진 등을 위해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것이나 현재는 증상과 약물 복용 점검만을 하고 있다. 당사자가 ‘안 좋은 상태’로 발견되어도 센터에서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대책은 없고 ‘다시 입원’뿐이다”라면서 “이는 병원과 센터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한데, 센터에서 일 열심히 해서 다 사회 진출시키면 병원이 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센터 확대 후 정신병원 병상이 급증하게 된 주요 원인도 변질된 사례관리 운영 방식 때문 아닌가. 이러한 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정신건강 사회복지사들은 ‘사례관리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사자들은 감시받는다고 생각한다”며 기관과 당사자 간의 온도 차이를 지적했다.

- 정신장애인 자립생활 위해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되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센터장은 무엇보다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한 제도적 환경 마련을 위해선 장애인복지법 15조가 속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애인복지법 15조는 정신장애인을 장애인복지에서 배제하는 주범으로 손꼽히는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정신장애인에 관한 복지를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이관하고 있는데, 정작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지역사회 복지’라고 할 만한 것을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 센터장은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도입된 종합조사표에는 환청, 망상 등이 항목으로 들어가 있으나 활동지원제도 이용을 위해서는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정신장애만으로 그 점수를 넘긴 어렵다. 정신장애 특성에 맞춘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15개 장애 유형 중 정신장애인의 취업률이 가장 낮은 점을 언급하며 정신장애인만을 위한 별도의 취업지원센터 설립과 현재 정신질환자의 자격·면허 취득을 제한한 28개 법률의 개정을 요구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지난 10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허현덕
해당 사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지난 10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허현덕

- 인권위 “조사 시작되면 비자의입원으로 돌리거나 퇴원시켜… 구제 어렵다”

이처럼 동의입원과 관련한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현재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도 구제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인영 인권위 조사관은 동의입원 진정이 접수됐을 때, 인권위가 구제에 적극 나설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조사관에 따르면 법 개정 후, ‘동의입원’ 키워드로 접수된 진정사건은 총 231건으로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첫째는 동의입원의 ‘동의’ 개념을 둘러싼 문제, 둘째는 ‘퇴원하려고 했는데 퇴원이 거부되었다’는 사례로, 자의입원으로 입원한 줄 알았는데 뒤늦게 동의입원임이 드러난 경우다. 세 번째는 현재 법적으로 치료 필요성이 확인되면 72시간 이내에 다른 형태(비자의입원)로 전환할 수 있는데, 전환 과정에서 절차 위반이 발생한 경우다.

하지만 이 조사관은 “인권위에서 조사를 진행하다가 당사자를 비자의입원으로 전환하거나 퇴원시켜서 실제 구제로 연결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동의입원 절차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신건강복지법상의 모든 입원제도가 한계에 부딪혀 있는 상황에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강제입원을 둘러싼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 9월 신설된 정신건강정책과가 참여했다. 김한숙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동의입원에서 비자의입원으로 전환된 경우, 한 달 이내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받지 않았다면 (경찰에) 수사 의뢰까지 갈 수 있는 사건이다. 복지부도 확인해보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김 과장은 “현재 자·타해 위험 구분 기준, 정신질환별로 위험성 지표 등의 평가 기준이 없다. 제도의 디테일이 필요한데 현 제도는 그러한 성숙단계는 아닌 것 같다.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며 앞으로의 활동을 전했다.